7/26 선배의 농구 온리전 최종인포입니다!
7월 26일 개최되는 쿠로바스 선배조 온리전 "선배의 농구"
유 01 "금길이 왼쪽 립송이 오른쪽" 에 위탁하는 개인지 최종인포입니다!
《3년째 동거 중!》
니지무라 슈조 x 미부치 레오
(sub: 미도리마 신타로x아카시 세이쥬로 /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15세 이상의 구매를 권장합니다.
A5 / 40p / \4,000
*<쿠로코의 농구> 원작으로부터 13년 후, 형사인 니지무라 선배와 스타일리스트 미부치 선배가 동거하는 내용입니다.
*샘플로도 공개했듯 아침에 같이 일어나서 밥 같이 먹고 애정표현도 쩔게 하고 섹스도 하지만 사귀지 않습니다.
*커플링 란에도 기록했지만 녹적과 청황이 서브커플로 등장하며 이야기 전개에 녹적이 꽤 영향을 미칩니다.
*이야기 전반에 니지무라 선배가 하는 시모네타가 좀 상당합니다. 읽으실 때 주의를 요합니다.
미부치 레오의 아침은, 전쟁으로 시작된다.
“당- 장- 일어나지 못하겠니!”
거칠게 이불을 걷어냈다. 그 전에 열어 둔 커튼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려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습격한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 니지무라 슈조는, 미부치가 상상했던 것만큼의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저 얼굴을 찌르는 햇살이 짜증난다는 듯,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배를 벅벅 긁었을 뿐이었다. 어쩜, 서른 살밖에 안 된 남자가 벌써부터 이렇게 아저씨 같을까. 불만스런 시선을 던지고 미부치는 침대 위로 몸을 숙여 니지무라의 어깨를 마구 흔들어댔다.
“어서 일어나! 오늘은 일찍 나가야 된다구 했잖아?”
“으……. 조금만 더 자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 나중에 안 깨웠다구 뭐라고 하지 말……,”
말이 도중에 끊긴 것은 얼굴을 가린 손 사이로 날카로운 눈동자가 빛났다는 것을 자각한 직후였다. 방금 전까지 배를 긁던 손이 미부치의 목을 감싸고 제 쪽으로 홱 끌어당겼던 것이다. 꺄앗! 마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비명과 함께 미부치는 니지무라의 단단한 가슴팍에 코를 찧었다.
“아얏! 아프잖아! 뭐 하는 거야, 이…… 꺄악!”
침대 시트에 머리를 묻은 미부치는 어느새 제 몸 위로 올라온 니지무라가 옆에 있던 이불을 잡아당겨 그들의 머리 위로 뒤집어씌우는 것을 보고 황급히 팔을 내저었다. 그러나 그는 헛된 반항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불을 뒤집어써 빛을 차단한 니지무라는 바로 미부치의 입술을 막았다. 거칠게 부딪힌 입술 사이로 혀가 파고드는 것을 느낀 순간 모든 반항이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했다. 손목을 붙잡혀 어김없이 입술을 농락당하던 미부치는 제 다리 사이를 찌르는 단단한 물건을 느낀 순간은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부터 뭐 하는 짓이야, 이 짐승이! 이제 더는 참아줄 이유가 없었다. 미부치는 제 셔츠를 파고드는 손을 뿌리치고 거칠게 발을 휘둘러 니지무라의 배를 가격하는 데 성공했다. 컥, 하는 비명과 함께 뒤로 나자빠진 니지무라는 옷깃을 추스르며 몸을 일으키는 미부치를 불만스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아, 뭐 하는 거야? 남이 가르쳐 준 호신술을 이런 데나 쓰고…….”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 아침부터 아래나 벌떡 세우고! 변태! 짐승!”
“그게 어젯밤 나한테 매달려서 앙앙 울어대던 인간이 할 소리……,”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이상 말하지 마아아아아아아!”
집이 떠나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미부치는 베개를 집어던졌다. 왕년의 농구 선수가 던진 베개를 정확히 얼굴로 받아낸 니지무라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볼썽사납게도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으악, 하는 소리가 들린 걸로 봐서 그것은 절대 과장된 몸짓은 아니었다. 어머머, 난 몰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순간 미부치의 머릿속에서는 성추행범을 벌주었다는 인식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슈, 슈쨩! 얘, 괜찮니?!”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니지무라에게 달려간 미부치는 그가 불만스레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니지무라는 미부치의 안심한 얼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아프잖아……. 낙법 쓸 줄 몰랐다면 목이 부러졌을 거라고.”
“그, 그러니까 누가 사람을 덮치래? 이건 정당방위야!”
“다 좋은데, 이 세상엔 과잉방어라는 죄목도 확실히 있단 걸 알아둬.”
어쨌든 이 소동으로 니지무라는 잠이 확실하게 깬 모양이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건조대에 걸려 있던 타월을 아무렇게나 낚아채서 욕실 쪽으로 사라졌다. 평소라면 욕실에 둔 것을 쓰라고 잔소리 한 번 할 법했지만, 방금 전의 사건이 미안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래, 이걸로 한 번씩 주고받은 셈이라고 쳐. 그렇게 생각하며 니지무라의 침대 위를 정리하던 미부치는, 잠시 후 욕실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니지무라에 대한 미안함을 머릿속에서 모조리 삭제해 버렸다.
“어이, 레오! 팬티 좀 갖다 줘. 갈아입을 셔츠도.”
좋아, 결심했다.
저 녀석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주먹으로 때려 주마.
***
“얼른 밥 먹어.”
“으, 잠시만…… 배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못 먹겠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한 대 더 맞고 싶지 않으면 빨리 먹어!”
스크램블 에그가 담긴 접시를 니지무라의 앞에 내려놓고 미부치는 짐짓 험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니지무라는 그런 미부치의 정당한 불만을 상대해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포크를 들고 왜 아침이 빵이냐는 둥 투덜거리는 니지무라에게 미부치가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제 저녁 준비하면서 아침밥까지 하려고 했는데, 네가 설거지하는 사람을 붙들고 방으로 끌고 가서 그런 거 아니니!”
“그래도 된장국 정도는 미리 끓여 놔라.”
“요리하는 건 요만큼도 안 도와주는 남자가 요구하는 건 뭐 그리 많니? 게다가 빵이라도 영양 밸런스에 내가 얼마나 신경을 쓰는데! 천연 과일잼을 바른 호밀 식빵, 스크램블 에그랑 방금 끓여낸 따끈한 콘 수프, 닭가슴살 샐러드, 우유까지! 충분히 웰빙 식단이잖니!”
“종일 현장 뛰는 사람한테는 부족하다고. 식빵만이라도 더 구워.”
“나 참…… 남기면 용서 안 해!”
한숨을 쉬면서도 미부치는 커피잔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썰어둔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으며 미부치는 슬쩍 시계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출근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있는 편이지만, 니지무라는 앞으로 20분 뒤에는 일어나야 한다. 분명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나갈 게 분명한데 괜히 식빵만 낭비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미부치는 토스터기에서 튀어오른 식빵을 얌전히 니지무라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그 사이 니지무라는 거실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아 TV 화면에 눈을 두고 있었다.
“슈쨩! 밥 먹을 땐 TV 켜지 말라고 했잖니!”
“아침 뉴스를 체크하는 것도 내 일이거든?”
“그럼 적어도 똑바로 앉아서 먹어!”
“싫어. TV 화면이 안 보인다고.”
빠른 속도로 식빵을 삼키며 니지무라는 도리어 볼륨을 높였다. TV 화면에서는 전날 밤 일어난 방화사건을 방영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저런 뉴스를 보며 밥을 먹어야 하다니. 니지무라와 함께 살게 된 지 3년째, 어느 정도의 트러블에는 적응했지만 이것만큼은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미부치가 눈여겨보는 것은 화면에 집중하는 니지무라의 얼굴이었다. 빵을 씹는 것도 잊고 심각한 얼굴로 화면을 응시하는 니지무라는 어느새 칠칠치 못한 서른 살의 남자가 아닌, 형사라는 제 직업에 어울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잘생겼단 말이야, 이 남자…….’
제 몫의 빵을 베어 물면서 미부치는 얼굴이 아깝다는, 니지무라가 들으면 절대 승복할 수 없을 만한 진심을 속으로만 되뇌었다. 니지무라 슈조는, 현실의 3D 직종이라는 형사에 종사하고 있는 것에 비해 매우 지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력계 형사과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미부치는 그가 만화에 나오는 엘리트 경시 정도는 되는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아직 현장반이었다. 꽤나 유능한 형사지만 니지무라 본인은 자신이 현장 체질이라며 일부러 승급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형사 드라마에나 나오는 카리스마 있는 형사냐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솔직히 미부치는 니지무라가 일하는 모습을 아주 최근에서야 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레오.”
갑자기 이름이 불려, 미부치는 당황한 채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TV 화면은 강도사건에 대한 뉴스가 끝나고 연예계 소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너 오늘도 키세 쪽에서 일하지? 매니저한테 연락 좀 제대로 받으라고 전해줘. 어제부터 공중전화로 전화하니까 안 받는데, 나 핸드폰 없어.”
“뭐어?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잃어버린 게 아니라 부서진 거야. 어제 편의점 강도가 날뛰는 바람에. 으…… 생각나니 또 아프네.”
그렇게 중얼거린 니지무라는 식빵을 입에 문 채 어깨를 꾹꾹 눌렀다. 아, 저 어깨. 미부치의 머릿속에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부엌에 서서 설거지를 하던 도중 니지무라의 손에 잡혀 억지로 방에 끌려가면서 반항했을 때, 평소라면 끄떡없는 표정을 지었어야 할 니지무라는 미부치의 손이 어깨를 치자마자 무척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그 표정에 마음이 약해져 반항도 못 하고 얌전히 침대에 누워 준 것이었지만, 오늘 아침에만 해도 그 모든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뭐, 뭐야. 괜히 미안해지잖아…….’
커피잔을 입술에 댄 채 미부치가 새초롬하게 고개를 돌렸을 때, 니지무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라, 벌써 나가야 할 시간인가? 반사적으로 그를 따라 일어난 미부치는 니지무라가 양복 윗도리를 걸치고 수첩과 수갑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걸 확인하면서 현관에 놓인 구두주걱을 건넸다.
“오늘은 언제쯤 들어와?”
“잘 모르겠다. 늦어질 것 같으면 연락할게. 아, 저녁 준비는 해놔라.”
“네 일이 거친 건 알겠는데, 조심해서 다녀.”
“그래도 밤에 못 할 정도로 무리하진 않는데.”
“바, 바보! 누가 언제 그걸 신경 썼대?!”
“알았다, 알았어. 알아서 조심할 테니까, 너도 주변에 신경 좀 써라. 들어서 알겠지만 피해가 점점 주변 사람에까지 확대되고 있으니까.”
씩 웃으며 구두를 고쳐 신은 니지무라는 미부치의 어깨를 툭 내리치고는 그대로 현관을 뛰쳐나갔다.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뛰어나갈 거면서 왜 아까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한 걸까.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돌아온 미부치는, 방금 전까지 니지무라가 앉아 있었던 자리의 모든 음식이 깨끗하게 없어진 것을 눈치 챘다.
「남기면 용서 안 해!」
“……정말이지, 이런 데서만……”
한숨을 쉬었지만, 겹쳐 든 접시를 싱크대에 가져다 두는 미부치의 얼굴에는 분명 그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소개할게, 미부치 선배. 이쪽은 니지무라 슈조 씨. 중학교 시절 농구부 주장이었던 선배야.”
처음 미부치 레오가 니지무라 슈조를 만난 것은 아카시 세이쥬로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였다. 말이 좋아 생일 축하 자리였지 사실은 아카시 세이쥬로의 지인들이 한데 모인 곳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그 장소에, 니지무라 슈조와 미부치 레오는 두 명 모두 아카시 세이쥬로의 학창시절 선배 자격으로 참석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고 손을 내밀어 인사를 청하는 니지무라의 첫인상은 그저 잘생긴 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미부치 레오는 자신의 심미안을 즐겁게 해 주기 충분한 외모의 소유자를 눈앞에 두고서도 차마 그를 호의적으로 대할 수만은 없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아카시 세이쥬로가 니지무라 슈조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자 아카시는 마음에 중대한 변화를 느낀 것인지, 미부치를 위시한 라쿠잔 고교의 선배들에게 정중한 태도를 취하게끔 되었다. 듣자 하니 그것이 아카시의 본성이고 이전까지 선배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위에 서 있었던 아카시는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한정되어 나타났던 모습이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미부치는 아카시의 그런 변화를 받아들였고 ‘레오’에서 ‘미부치 선배’로 바뀌어 버린 다소 거리감 있는 호칭도 수용했다. 그 모든 것이 미부치 레오가 아카시 세이쥬로라는 소년에게 매혹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카시는 변하기 전이나 변한 후나 미부치의 그런 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카시에게 있어 ‘선배’라는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것은 미부치에게도 상당한 영광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뭔가. 자신보다 더한 선배 대접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러면서도 거리감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때문에 미부치는 그가 무척 마음에 안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아카시가 무척 신세를 졌다는 것 같은데. 이 녀석 다루기 힘들었지? 아카시 너도. 제대로 고맙다고 했냐?”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선배.”
아니, 오히려 알고 있기에 더욱 저런 태도를 취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아카시의 보호자라도 되는 양 미부치에게 ‘아카시가 신세를 졌다’따위의 말을 하는 것은 남자에 대한 미부치의 호감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카시가 보고 있기에 미부치는 남자를 웃는 낯으로 대했다. 아카시에게 있어서는 미부치나 니지무라나 소중한 인연인 것은 확실했고, 그런 그들이 적의만을 보인다면 아카시는 무척 곤란해 할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카시의 모든 행동을 곱게 포용하려고 했던 미부치의 노력은 그들 사이로 끼어들어온 새로운 목소리에 완전히 박살났다.
“아카시, 늦어서 미안하다는 것이다.”
“아, 신타로. 뭐야, 연락했던 것보다 더 늦잖아.”
“미안. 중요한 수술이 있어서…… 생일 축하한다는 것이다.”
“고마워.”
“이 자식 봐라. 나한테는 인사 안 하냐?”
“아, 니지무라 선배.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싱글벙글해서는…… 아카시밖에 눈에 안 들어오지, 아주?”
“니지무라 선배도 참. 그만하세요.”
미도리마 신타로. 그야말로 니지무라나 미부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아카시가 신세를 졌다’는 말을 하기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아카시 세이쥬로의 연인인 그의 등장으로 미부치는 도저히 웃는 낯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미도리마의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보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 샴페인을 받아들고 발코니로 나간 미부치는 머리카락을 헤치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한숨을 쉬었다. 추위조차도 느낄 수 없는 것은 마음이 싸늘하기 때문일까? 원인이 어쨌든 간에, 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면 도저히 파티장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데 그런 복장으로 서 있으면 추울 텐데.”
그 때 니지무라 슈조가 미부치에게 말을 걸었다. 방금 전까지 아카시의 곁에 있었던 그 남자가 어째서 이 자리에 온 것인지, 미부치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착잡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워 무는 것을 보고, 다소 곤란한 시선으로 샴페인 잔을 옆으로 치웠을 뿐이었다. 다행히 니지무라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서 있었기에 미부치에게까지 담배 연기가 오는 일은 없었지만, 담배라는 기호품 자체를 싫어하는 미부치는 도저히 니지무라의 개입을 반갑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요약하자면 이거다.
‘난 혼자 있고 싶으니까 가까이 오지 말란 말이야.’
“술이라도 좀 따뜻한 걸 가져오던가…… 안 춥냐?”
“……저기, 왜 갑자기 반말이니?”
“동갑인데 뭘 그리 딱딱하게 구냐. 너도 썼으니까 비긴 셈 치자고.”
생각해 보면 그 남자는 처음부터 무례하고 제멋대로였다. 미부치는 눈을 흘기며 샴페인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러나 그는 곧 그 결정을 후회했는데, 샴페인을 다 마신다 하더라도 미도리마와 아카시가 나란히 걷고 있을 파티장 안으로는 차마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쩐다. 고민하고 있던 미부치에게 니지무라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밀었다. 방금 내린 듯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였다.
“입도 안 댔으니까 걱정 말고 마셔.”
그 잔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것은 이 무거운 분위기를 어떻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과 몸을 에어 오는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시자 그나마 추위가 덜한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니지무라에게 약간 미안해졌다. 분명 그는 자기가 마시기 위해 이 커피를 가져왔을 것이다.
“저기…… 안 추워?”
“괜찮아. 잠복할 때는 이것보다 더하니까.”
그 말로 미부치는 니지무라가 경찰, 혹은 형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쉽게 자기 신분을 밝혀도 되는 걸까? 그런 의문은 들었지만, 어차피 이 남자와 오늘 이후 볼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미부치의 경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게다가 형사라는, 사회에서 보장되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할 것도 없는 이 시간을 같이 보낸다 해서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아카시는…… 다소 무신경한 점이 있지.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너에 대해 눈치를 못 채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봐, 내 앞에서 세이쨩 험담 하지 말아 줄래?”
“그 ‘세이쨩’을 피해서 여기까지 나온 녀석이 할 말은 아닌데.”
그렇게 말하며 니지무라는 담배를 발코니에 그대로 문질러 껐다. 담배꽁초를 툭 바깥으로 던지는 그 무례한 태도에도 미부치는 입을 열지 못했는데, 그것은 방금 전 이 남자가 자신에게 던진 말이 자신의 감정을 확신한 데서 나온 말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렇게 불쾌한 티를 냈나. 세이쨩도 알아차렸으면 어쩌지. 그런 혼란이 미부치의 머리를 감싼 탓에 말문을 막아 버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니지무라는 새 담배를 꺼내 물고서는 길게 한숨 쉬듯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깜깜한 밤하늘 위로 퍼지는 회색 연기는 어쩐지 니지무라의 착잡한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실은 나도 꽤 마음에 안 들어, 지금 이 상황.”
“뭐? 당신도?”
“나는 너하고는 좀 다를지도 모르지. 아카시에 대해서도 호불호를 가리자면 불호 쪽이고. 그냥 저 녀석들을 보는 게 마음에 안 들 뿐이야.”
그렇게는 말하지만, 일에 바쁠 형사가 굳이 후배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런 곳까지 온다는 것만 생각해 봐도 남자의 말이 진심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구나, 이 남자도 세이쨩을. 그렇다면 그가 굳이 미부치를 따라 발코니로 나온 것도 이해는 간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던 거겠지.
아니, 어쩌면- 그건 내가 바라는 것일지도 몰라.
“난…… 저 녀석이 세이쨩에게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인정 못하고 대답할 정도야. ……하지만 세이쨩이 좋다고 하니까. 세이쨩이 저 녀석을 택했으니까, 그냥 지켜봐주고 있을 뿐이지.”
“글쎄다. 성격이나 과거 같은 걸 빼면 꽤 잘 어울리잖아, 저 둘.”
“……세이쨩 옆에 섰을 때 안 어울릴 정도로 못난이였으면 세이쨩이 어떻게 생각했든 죽어라고 반대했을 거야.”
“이봐, 난 얼굴 얘길 한 게 아니라고.”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미부치는 커피잔을 옆에 내려놓고 팔에 얼굴을 괴었다. 얼굴 얘기가 아니다. 미도리마 신타로가 미남이든 추남이든 상관없다. 그 옆에 선 아카시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손수건 줄까?”
“됐어, 나도 갖고 있어…….”
그러니까 자신이 우는 건, 그거다. 실연당한 상태니까, 그리고 오늘 이후론 다신 안 볼 사람이니까. 똑같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 네부야나 하야마 앞에서 이렇게 울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미부치는 아마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니지무라 슈조는, 오늘 이후로 미부치와 만날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놓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미부치는 니지무라가 담배를 몇 개비씩 피우는 옆에서, 그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살짝 흐느꼈다. 니지무라는 미부치가 울음을 그치고 커피 잔의 커피가 완전히 식어버릴 때까지 그 옆에 있어주었다. 그 시간이 조금은, 마음 편하다고 생각했다.
***
미부치 레오가 그 남자와 다시 재회한 것은 2월 말,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점점 잦아들고 봄의 기운이 고개를 들 무렵이었다.
책을 구매해 주실 분들은 본 포스팅에 댓글로 구매 희망 권수를 적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수량조사는 시간을 연장하여 7월 25일 금요일 오후 4시까지 진행합니다.
《Lilly》
키요시 텟페이 x 하나미야 마코토
A5 / 12p / \1,000
*<쿠로코의 농구> 원작과는 시간축도 설정도 다른 AU입니다.
*하나미야가 검사, 키요시가 하나미야의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설정입니다.
*같은 날 같은 부스에서 나오는 금립 트윈지 <별세계> 소설 파트와 세계관을 같이 합니다.
(금립 트윈지 쪽을 읽지 않으셔도 본 책을 보시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아래에 구급차를 불러 놨으니 내려가세요.”
“……마치 우리 중 누구 하나가 다칠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설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것뿐입니다. 그것보다, 빨리 내려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데.”
그러면서 그 검사는 피식 웃으며 키요시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엉망진창이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얼핏 들린 듯했다. 휴우가도 그 말을 들은 듯 잠시 눈앞의 검사의 멱살을 잡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결국 키요시를 짊어맨 채 몇 명의 부축을 받아 공장 밖으로 나갔고 키요시는 무사히 구급차에 몸을 실을 수가 있었다.
“젠장!”
“휴우가, 진정해. 어쨌든 범인은 잡았잖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 멍청아! 저 자식, 분명 일부러 그런 거라고!”
“아- 우리 검사님이 일부러 그쪽을 다치게 한 거라고 생각하진 마십쇼. 폭탄 정도는 설치될 줄 알았지만, 유능하신 형사님들께서 그게 터지도록 방치할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요.”
“뭐야?! 그럼 우릴 미끼로 들여보낸 건 인정한다 이거냐?!”
옆에서 깐죽대는 다른 형사의 멱살을 휴우가가 거칠게 휘어잡았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껌을 씹으며 휴우가의 손을 뿌리치고, 몸조리 잘 하십쇼- 라는, 격려인지 빈정거림인지 모를 말을 남기고 구급차 문을 닫았다. 출발하는 구급차 안에서 키요시는 그 형사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라 카즈야. 경시청 내에서도 행동이 난폭하고 예의가 없기로 유명한 형사였다. 그렇다면 그들을 지휘하는 저 검사의 이름은-
***
“자기소개를 하죠. 하나미야 마코토입니다. 저번 사건에서는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병원을 찾아온 하나미야 마코토는 침대 위에 누워 자신을 바라보는 키요시와 금방이라도 제게 달려들 듯한 휴우가 앞에서도 그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이 세운 작전-키요시와 휴우가를 먼저 들여보내 범인들을 방심시킨 뒤 체포한다-에 말려든 그들에 대한 미안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휴우가는 지금 여기가 병원이 아니라면 당장 하나미야를 입원시키고 싶다는 표정 그대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분의, 그리고 수사본부의 협력 덕분에 그들은 무사히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휴우가가 쏘아붙였지만 하나미야는 태연함 그 자체였다. 그는 가지고 온 꽃을 내밀며 키요시를 향해 씩 웃어보였다. 그런 그를 당장이라도 내쫓고 싶다는 표정으로 휴우가가 꽃을 받아들어 꽃병에 꽂았다. 하필이면 백합이다. 자고로 백합이라면 목이 꺾인데다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무참해 보인다는 이유로 병문안 꽃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꽃 아니었던가. 거기서부터 이미 남자의 악의를 느낄 수 있었던 키요시는 차마 어색하게 웃는 것 외에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봤는데, 다행히 건강해 보이는군요.”
건가앙? 휴우가가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키요시는 그의 옷깃을 끌어당기고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병원인데다, 상대는 검사다. 여기서 화를 내 봐야 통하지 않을 것은 물론이요 무력시비가 벌어지게 되면 오히려 휴우가가 징계를 받게 된다. 그걸 잘 알고 있는 휴우가 역시 분하다는 표정은 짓고 있었지만 그 이상 화를 내지는 않았다.
“휴우가 쥰페이 경사, 슬슬 경시청으로 돌아가 봐야 할 시간이지요? 저는 아직 용건이 남았으니 먼저 가시죠.”
“……알겠습니다. 저녁에 리코 데리고 또 올게.”
휴우가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양복 윗도리를 들고 병실을 나갔다. 자, 그럼. 하나미야는 용건은 이제부터라는 듯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가까이에서 보자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지금 이 상황을 무척 재미있어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무척이나 비열한 미소였다. 용건이 남았다고 했었지. 무슨 용건일까? 그때 하나미야가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불을 붙이는 그를 보고 병원은 금연구역이라는 말을 해주기도 전에 담배가 키요시의 입술 쪽으로 옮겨왔다. 얌전히 그 담배를 받아 물고, 키요시는 피식 웃었다.
“여전히 표정 한 번 멋진데, 하나미야.”
“그러는 너는 여전히 웃는 낯이군. 사법 연수원에서랑 똑같아.”
그랬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꽃병에 꽂힌 백합을 한 줄기 빼 오는 이 남자를, 키요시 텟페이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과거 같은 사법 연수원에서 공부하던 동기였다. 물론 상대의 이름만 알고 있었지 제대로 대화해 본 적이라고는 손에 꼽았고, 그 때는 대부분 모의고사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하나미야는 연수원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존재였고, 키요시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2인자였다.
“최종 시험 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길래 포기했나 싶었더니, 설마 경시청에 들어와 있을 줄이야. 수사본부 멤버 명단에서 네 이름을 발견했을 땐 꽤 놀랐어.”
“이쪽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거든.”
본 책은 수량조사 없이 일정 분량만 뽑아갈 예정입니다.
다만 홍실 수량조사 마감까지 함께 글 남겨주시면 인쇄부수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