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15 서울코믹월드에 나오는 녹적 소설본 수량조사 받습니다!
H47 "사실 나는 부스가 아니다" 부스에 위탁합니다!
(표지 일러스트 모리님)
<感情同期化 감정동기화>
미도리마 신타로 x 아카시 세이쥬로
R19
A5 카피본 / 44p / 4,000원
「미도리마 신타로, 그리고 아카시 세이쥬로. 오늘 이 시간을 기점으로, 너희들은 이 방에 감금되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사방이 온통 새하얀 방에 아카시와 함께 감금되어 버린 미도리마의 이야기입니다.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내용이 주가 됩니다.
*본 책의 배경은 테이코 중학교 3학년의 겨울입니다.
※본 책은 성인본이므로, 2015년 기준으로 97년생 이전 탄생자분에게만 판매합니다.
미성년자 구매자분의 신분증 위조 혹은 성인 구매자분에 의한 대리구매 등의
위법행위와 관련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저는 일절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제아무리 성인분이시더라 하더라도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지 않으면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후후후후후…….」
그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제 어깨를 붙잡고 억지로 얼굴을 들게 하려는 아카시에 맞서 미도리마가 반항의 몸부림을 치던 순간이었다. 어디서 들려온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방 안을 가득 메운 목소리는 매우 일그러진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단 그 목소리가 일그러지는 것처럼 들렸던 것은 결코 그 웃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치 미도리마와 아카시에게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은 양, 엉망진창으로 변조된 목소리였던 것이다. 마치 기계를 써서 말하고 있기라도 한 양, 노이즈가 섞인 엉망진창인 목소리가 미도리마와 아카시의 귀를 동시에 습격했다.
「사이가 무척 좋네, 두 사람. 아주 보기 좋아…… 후후후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무척 불쾌한 표정으로 웃음소리를 피해 귀를 막았던 아카시는, 웃음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매서운 기세로 목소리를 높였다.
“넌 누구지?”
「질문이 잘못됐어, 아카시 세이쥬로.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누구’ 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넌 누구냐? 뭐 하는 녀석이야? 여긴 대체 어디지?”
「그래, 미도리마 신타로. 그거야. ‘여기가 대체 어디냐’. 그게 너희들이 풀어야 할 제 1 과제 아니겠어?」
분노 섞인 미도리마의 질문에 목소리의 주인은 또 한 번 까르르 웃었다.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기분을 무척 불쾌하게 만들 수 있는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귀에 담은 아카시는 미도리마 못지 않게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적어도 미도리마처럼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물론 미도리마는 그런 아카시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당장 여기서 내보내 줘!”
「감정에 휘말려서 소리를 지르는 건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취해선 안 될 행동이야, 미도리마 신타로. 아직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인데, 너희는 지금 내 손아귀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내가 네게…… 혹은 네 옆에 서 있는 아카시 세이쥬로에게 무슨 위해를 끼칠 수 있을지 모르는데, 그렇게 나와도 될까?」
“뭐라고……?”
“……협박을 받는 건 처음인데, 썩 좋은 기분은 아닌걸.”
「호오, 아직 제법 냉정한 모양인데, 아카시 세이쥬로. 하지만 협박을 당하고도 좋은 기분을 느끼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구?」
“새로운 사실을 가르쳐 줘서 참 고맙네. 그것보다 넌 대체 어디서 말하고 있는 거지?”
아카시의 냉정한 질문에 미도리마는 그제야 그 목소리의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목소리가 방 안에 쩌렁쩌렁 울리는 걸 보면 분명 스피커 같은 것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일 텐데, 이곳에는 그런 기계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애초에 이 공간에 있는 가구라고는 방금 전 미도리마와 아카시가 누워 있었던 침대 뿐이었다. 게다가 저 말투로 보아하니 미도리마와 아카시의 행동까지도 전부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감시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다.
「눈치 채는 게 조금 늦네. 테이코 중학교의 수석과 차석의 이름이 울겠어.」
“쓸데없는 참견이야.”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좋지만, 조금 짜증나네. 네 태연자약함에는 다소 질린 참이야, 아카시 세이쥬로. 그러니까 입 좀 다물고 있어 주겠어? 상대적으로 덜 냉정한 사람한테 물어보도록 할 테니까. 어때, 미도리마 신타로? 이 방은 마음에 들어?」
“불쾌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헤에…… 아카시 세이쥬로와 단둘이 있는 상황이 불쾌하단 건가?」
“뭣……!”
순간 미도리마는 당황해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가 당황한 것은 ‘단둘이‘ 라는 멘트 때문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불러일으키려 하는 듯한 목소리의 울림 때문도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카시가 놀란 눈으로 미도리마를 빤히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놀라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카시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말 그런 거야, 미도리마?
라고.
“웃……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문도 알 수 없는 곳에 갇혀 있는데다 모욕까지 사고 있는데, 불쾌해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정말 그럴까? 방금 전의 것은 어딜 봐도 정곡을 찔린 사람의 반응인걸?」
“닥치지 못해?!”
“진정해, 미도리마. 여기서 흥분하면 저 녀석이 바라는 대로라고.”
그렇게 말하며 아카시가 미도리마의 어깨에 손을 짚어 그를 저지했다. 그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튀어나가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카시의 손이 제 어깨에 닿은 순간, 미도리마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피어올라 어깨를 크게 떨고 말았던 것이다. 졸지에 손을 뿌리친 것 같은 형태가 되어, 미도리마는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방금 전 ‘아카시 세이쥬로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불쾌한가’ 라는 질문의 가장 큰 답이기도 했다. 당황한 미도리마와 그 못지않게 깜짝 놀란 아카시의 모습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다시 까르르 웃어대기 시작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몸은 솔직한걸? 난 내가 이런 대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너……!”
「아무래도 내 판단은 그르지 않았던 모양이네. 너희는 역시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
후후, 하고 짧게 웃은 뒤, 목소리는 순식간에 제 주변을 둘러싼 분위기를 바꾸었다. 방금 전의 목소리가 마이크 앞에 턱을 괸 채 친구에게 말을 걸듯 들려오던 목소리였다면, 분위기가 바뀐 뒤 흘러나온 것은 마치 공식 발표를 하는 대변자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밝힌 사항은 이러했다.
「미도리마 신타로, 그리고 아카시 세이쥬로. 오늘 이 시간을 기점으로, 너희들은 이 방에 감금되었다. 충분히 조사할 시간을 주었으니 알겠지만, 이 방에는 탈출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너희들을 즐겁게 해 줄 어떤 수단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순순히 너희들을 이 방에서 내보내 주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방금 말했던 것처럼 너희들의 신체에 어떠한 위협을 가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희들이 이 방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것뿐이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는다. 힌트는 충분히 주었을 터다. 어디까지나 자력으로, 답을 찾아 이 방에서 탈출해 보도록 해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으로 끝이다.」
그와 함께 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며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어이, 하고 큰 소리로 외쳐 불러 봤지만 목소리의 응답은 없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아니, 이해는 했어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 미도리마의 옆에서, 아카시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금……?”
그랬다.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새하얀 방에 감금되었다.
↑↓위아래 내용은 서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시야가 밝아져, 미도리마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침’ 이 온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경을 쓴 미도리마는 머리맡에 놓여 있는 북채를 흘깃 바라보았다. 게자리의 럭키 아이템인 것이 분명했다. 옆에서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카시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침대에서 빠져나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미도리마는 침대 발밑에 놓아두었던 럭키 아이템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을 눈치 챘다. 역시나 오늘도 ‘회수’ 해 간 것이다.
‘출입구도 없는 이 방에서, 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거지.’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가 정체불명의 하얀 방에 감금된 지도 며칠이 지났다. 정확히 며칠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다. 이곳에는 필기도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감금된 사람들이 흔히 그렇게 하듯 벽에 흠집을 내 날짜를 표시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우선 눈을 붙였다 깨어난 횟수로 세어 보는 건 불가능했다. 이 방에 그들을 감금한 존재는, 처음 이 방의 불을 껐을 때 ‘소등’ 이라고 말했다. ‘잘 자’ 라는 말도 했다. 그것으로 미도리마는 불이 꺼지면 밤이 되는 것이고, 불이 다시 켜지면 아침이 되는 것일 거라 이해했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방의 불은 일정 주기로 꺼지는 법이 없었다. 시계가 없어 시간 감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이 꺼지고 켜지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느 때는 너무 느리게 꺼지고, 어느 때는 생각보다 빨리 꺼지고는 했다. 불이 꺼진 뒤에 다시 켜질 때까지의 시간을 재 보려고 자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심장 소리를 기준으로 세 본 시간은 매번 조금씩 달랐다.
그 다음으로 미도리마가 의지한 것이 럭키 아이템이었다. 첫 번째 ‘소등’ 뒤 눈을 떴을 때 미도리마는 언제 제 머리맡에 놓였는지 알 수 없는 숟가락과 컴퓨터 마우스를 발견했다. 도저히 공통점이 없는 그 두 가지 물건에 대해, 아카시는 그 날 게자리의 럭키 아이템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내놓았다. 꽤나 신빙성 있는 추측이었다. 오하아사는 매일 하루와 그 다음 날의 럭키 아이템을 가르쳐 준다. 그렇다면 럭키 아이템을 모으다 보면 며칠 정도 지났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미도리마는 곧 제 교복 윗도리에 럭키 아이템을 싸 보관하는 것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물건들이 열 개 정도 모였을 때, 며칠이 지났는지 세 보려고 할 때마다 물건은 한꺼번에 사라지고는 했다. 게다가 미도리마의 그런 시도를 비웃으려는 듯, 럭키 아이템은 꼬박꼬박 두 개씩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한 개씩, 혹은 세 개씩 들어오고는 했다. 그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열흘 이상은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을 파악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웠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미도리마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떤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방이다. 당연히 목욕탕 같은 것도 없다. 때문에 그들은 며칠씩이나 씻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서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나타나야 하는 생리 현상이 나타나질 않았다. 며칠씩 씻지 않고도 불쾌한 기분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얼마 없다. 미도리마도 아카시도 매일같이 아침에는 샤워를 하고, 저녁에는 목욕을 해야만 성이 풀리는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밤’을 보내고 깨어난 그들에게는 그 흔한 눈곱조차도 끼어 있지 않았다. 마치 그들이 잠든 사이에 누군가 와서 얼굴을 닦아주고 간 것처럼. 머리도 가렵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머리를 감겨준 것처럼.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곳에 갇힌 지 열흘 이상이 지났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 사이 그들에게는 식사도, 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도리마는 배고픔이나 갈증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며칠씩 아무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사람이 그러하듯, 몸에 힘이 빠지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누군가 링거를 연결해 영양제라도 공급되지 않는 한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사실에 의문을 느낄 때마다 미도리마는 생각하곤 하는 것이었다.
설마, 우리는.
우리 두 사람은 이미, 살아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물론 숨을 쉬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혹시나 싶어 맥을 짚어 봐도, 심장은 확실히 뛰고 있었다. 잠을 잘 때 아카시의 숨소리도 노골적으로 들려온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죽었을 리 없다. 그런데도 배고픔이나 갈증은 느끼지 않는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일까. 심지어 첫날 이후로는 그들의 신경을 긁어놓던 그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정말 실재하는 것일까? 자신과 아카시가 한꺼번에 환청을 들을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되는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미도리마 신타로의 신경을 하루하루 갉아먹고 있었다.
“……미도리마 ……?”
생각에 잠긴 미도리마의 뒤에서 아카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아카시는, 먼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미도리마를 보고 다소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일찍 일어났네. 오늘 럭키 아이템은 뭐였어?”
“북채.”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오하아사는 럭키 아이템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걸까?”
“그건 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후후, 방송국에 문의해 보고 싶어지네.”
그렇게 말하며 희미하게 웃는 아카시는, 웃고는 있었어도 이미 정신이 한계에 몰린 듯 보였다. 미도리마가 이 정도로 생각에 잠겨 있었을 정도다. 아카시는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미도리마보다 잘 알면 알았지 절대 모를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카시가 그 의문을 입 밖에 꺼내지 않는 이유는 미도리마와 같을 것이다.
무서운 것이다. 자신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닫는 것이.
“뭐, 럭키 아이템은 어찌되든 좋아. 어제 어디까지 했더라?”
“불이 꺼지기 전에 일흔아홉번째 대국을 마쳤었다는 것이다.”
“그럼 미도리마가 다시 선공이네.”
그런 상황에서 미도리마와 아카시가 서로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택한 방법이 머릿속으로 장기를 두는 것이었다. 첫날로부터 이틀 정도는 두 사람 모두 머리를 부여잡고 이곳에 감금되던 날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써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아카시는 교실을 나간 뒤의 일을, 미도리마는 누군가의 어깨 너머로 아카시를 발견하기 전후의 일을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기억을 되살리는 데 대해 신경을 소모하는 일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저절로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 아카시가 제안한 것이 바로 머릿속의 대국이었다. 한 번쯤 꼭 해 보고 싶었어. 아주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애써 웃어보이는 아카시에게 미도리마는 차마 용케 그런 태평한 말이 나온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제안이 나오기까지의 이틀 동안 아카시의 머릿속에 대체 얼마나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을지는 명약관화했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을 포기하기로 한 날, 아카시는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란 말로 운을 띄웠다. 만약 그들이 납치되어 감금당했고 오늘로 하루가 지난 거라면, 분명 주변에서도 난리가 났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미도리마의 집에서는 지금쯤 경찰에 신고했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아카시가 자신의 아버지가 신고할 가능성은 아예 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미도리마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아카시의 아버지라면 경찰을 이용하기보다는 일이 커지지 않도록 자신의 인맥을 통해 조용히 아카시를 찾으려 하고도 남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카시를 제외하면 오직 미도리마만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도리마는, 그래, 그렇겠지, 하는 말로 아카시의 생각에 조용히 동의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국을 시작했다. 낯선 방식이라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하루 정도가 지나고 나자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게다가 대국을 엉망진창으로 꼬지 않는 이상 대충이나마 시간을 재는 것도 가능했다. 눈을 뜨고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침대 위에 앉아 머릿속의 대국을 시작하면 대개 일곱, 여덟 번째 대국에서 밤이 찾아오곤 했다. 그것은 미도리마가 럭키 아이템으로 겨우 유추해낸 약 열흘이라는 기간과도 거의 일치했다. 간혹 그들의 머리를 혼란시키려는 듯 비정기적으로 불이 꺼지고는 했지만, 장기판이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니니 불이 꺼진 뒤에도 대국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물론 그럴 경우에는 아카시가 졸려온다며 대국을 도중에 중지시키는 일이 잦았지만.
“그럼, 시작할까.”
“얼마든지.”
“……우선, 7-6의 보.”
“무난한 시작이네.”
피식 웃으면서 아카시는 다시 수를 읊었다. 그 수에 맞춰 머릿속의 말을 움직이고, 자신의 수를 한 번 더 말한다. 그런 식으로 한참을 주고받다가, 아카시가 장군을 외쳤다. 미도리마는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투료를 선언하자 아카시는 굴하지 않고 한 번 더, 를 외쳤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계속해서 대국을 이어나갔다. 어찌나 집중했던지 다리가 저린 줄도 몰랐다. 만약 이들이 침대 위에 정좌하고 앉아 한없이 수를 주고받는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너희들은 정말 인간입니까? 쿠로코 테츠야라면 그렇게 말했을 거다. 근데 저게 뭐 하는 검까? 키세 료타라면 그렇게 물었겠지. 나도 몰라, 머리에 쥐나는 짓 하고 있단 것만은 확실하지. 아오미네 다이키가 빈정댄다. 그런 거 그만하고 과자 먹자- 끝내는 무라사키바라 아츠시가 난입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을 게다. 대국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다들 나가라는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외치면, 아카시는-
“미도리마.”
“어, 아, 미안하다는 것이다. 내 차례였나?”
“아직 내 차례야.”
“그, 그런가…….”
“너, 집중 안 하고 있었지.”
“…….”
할 말이 없었다. 답지않게 옛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려 버린 것은 사실이니까. 졸지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미도리마의 모습에 아카시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아카시는 정좌하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대국 종료의 선언에 미도리마 역시 몸을 움직였다. 다리를 편하게 하고 앉자마자, 미도리마를 빤히 바라보던 아카시가 갑자기 몸을 숙였다. 제 다리를 베고 바로 누워버리는 아카시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전에, 미도리마에게서 등을 돌리고 누운 아카시가 입을 열었다.
“얘기나 할까?”
“얘기라니, 무슨?”
“아무거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건 잠시 중단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 게 아니야. ……실은, 어젯밤 미도리마를 처음 만났을 때의 꿈을 꿨거든.”
흘러나온 아카시의 목소리에 미도리마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곧, 나도, 하는 목소리가 목 밖을 타고 흘러나왔다.
“나도…… 그랬다는 것이다.”
“정말? 후후, 같은 꿈을 꾸었네. 잘 됐다. 꿈 얘기나 해보자.”
“무슨…… 특별할 것 없다는 것이다. 입학식 때 널 처음 봤고, 농구부에서 만나서 친해졌을 뿐이잖나.”
“……그러게.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특별한 추억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
아카시의 말이 맞았다.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는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일반적인 ‘친구‘ 사이의 교제를 한 적은 거의 없다. 그저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하면 반갑게 인사하고, 농구부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누고, 수업이 끝나면 부실에서 장기를 두고, 부활동 시간이 되면 체육관으로 함께 이동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교문 앞에서 헤어진다. 늘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 왔다. 휴일에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하다못해 서로의 집에 상대를 초대해 본 적도 없다.
“……우리는 정말 친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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