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일러스트 루나리님)
번쩍번쩍 겁나 예쁘죠? 저 솔직히 표지랑 내지의 갭이 너무 커서 걱정입니다
《미부치 레오의 사랑》
하야마 코타로 / 네부야 에이키치 / 마유즈미 치히로 x 미부치 레오
(미부치 레오→아카시 세이쥬로 전제)
50p / 5,000원
*실→적 전제에서 진행되는 엽실/근실/먹실 단편집입니다
*총 세 가지의 이야기가 실리며 각자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병렬세계 매직!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쿠로코의 농구 본지 네타 캐릭터인 마유즈미 치히로가 등장합니다.
★샘플★
※ 본편 길이가 그리 길지 않은 관계로 샘플이 조금 짧습니다;ㅅ; 네 개나 공개했으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mm)
최근 미부치 레오는 기분이 좋았다.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들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애용하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신상품. 보통 운동을 하고 있는 소년들이 입는 옷은 제각각 다르지만, 자신이 속한 라쿠잔 고교 농구부 내에서도 패셔너블한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미부치에게는 트렌드에 맞춰 자신의 장점인 늘씬하고 기다란 몸을 어필할 수 있는 모 브랜드의 상품은 의식주 뺨치게 중요한 것들이다. 또 다른 것은 애독하는 잡지나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얼굴 좋은 모델들. 같은 또래의 다른 소년들과는 달리 미부치의 관심사는 대부분 예쁘장하거나 귀엽게 생긴 소년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소년의 천진난만함과 성인의 섹시함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모델들은 미부치의 눈을 무척 즐겁게 해 주는 요소였다. 그 외에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명화나 사진 전시회, 연예인이나 패션 상품 및 주변의 연애 사업 등 끝없는 가십 거리를 물어 오는 소녀들과의 대화, 최근에는 농구까지도 미부치를 기쁘고 즐겁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그를 가장 기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라쿠잔 고등학교 농구부의 주장이자 그의 1년 후배인 아카시 세이쥬로, 바로 그 소년이었다. 미부치가 은밀하게 동경해 왔던 작고 여린 몸과, 약간의 날카로운 빛을 띤 아름다운 얼굴을 동시에 가진 그 소년은 첫눈에 미부치의 모든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 농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귀에 넣어 보았을‘기적의 세대’의 주장이라는 스펙 역시 미부치에게는 너무도 완벽한 요소로 비춰졌다. 물론 성격은 그렇게 사근사근한 편만은 아니었고, 주장으로서 그리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한 인간으로서 아카시 세이쥬로는 자신에게는 물론 타인에게도 언제나 엄격했다. 드러나지 않을 뿐 은근히 완벽주의자인 미부치에게 있어 아카시의 그러한 성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의욕을 돋울 수 있는 계기였다. 또 여학생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도는 소문으로 들려오는 그의 출신—아카시라는 성을 보면 바로 알겠지만, 그는 일본 굴지의 대기업 아카시 그룹의 후계자이기도 했다—역시 아카시의 고귀함에 살을 더하는 요소였다.
아름답고, 완벽하고, 엄격하고, 고귀한 소년.
그러한 아카시 세이쥬로를, 미부치 레오는 무척 좋아했다.
그런 아카시 세이쥬로에게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3학년 봄의 일이었다. 아카시가 라쿠잔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도 2년 째. 작년 윈터컵의 쓰디쓴 패배 이후로 잠시 풀이 죽어 지내던 아카시는 봄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로 다시 평소의 당당함과 고귀함을 되찾았다. 물론 이전까지의 아카시와는 또 다른 온화함이 그의 주변에 맴돌기 시작하면서 아카시는 미부치를 포함한 다른 농구부 동료들에게 희미한, 그러면서도 안개처럼 홱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 미소를 보여주는 일이 잦아졌고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수놓아지면 미부치는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졌다. 이전까지의 아카시에게는 그러한 온화함이 없었던 만큼 다른 사람들처럼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어떠한 벽이 있었던 대신에, 최근의 아카시는 미부치나 다른 부원들이 말을 걸어오면 언제나 웃으며 받아주게끔 되었고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들도 간혹 입에 올리고는 했다. 물론 집안 환경 상 즐거운 추억이 거의 없는 아카시이니만큼 사적인 이야기라고 하면 매번 중학교 시절의 추억에 한한 이야기였지만, 미부치는 자신이 모르던 아카시를 알아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다.
매번 쉬는 시간마다 매점의 과자들을 싹쓸이하는 게 습관이어서 매점 주인과 매점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는 공적 취급받았다는 센터의 이야기라던가, 싸늘한 시선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제가 나오는 잡지를 들이대며 읽어 달라고 애교를 떨던 모델 출신 스몰 포워드의 이야기라던가, 다른 것에는 제법 무관심한 편인데도 농구 이야기만 나오면 눈을 빛내곤 하던 에이스의 이야기라던가, 표정에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음에도 실제로는 엄청난 열정을 품고 지내는 식스맨과 그에 대한 은밀한—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감정이 전부 보였다고는 하지만—애정을 품고 있는 귀여운 여자 매니저의 이야기라던가, 평소에는 엄격하고 권위 있는 선배지만 사적으로도 친해지기 쉽고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전 주장의 이야기라던가, 인사를 다한다면서 미신이나 다름없는 점괘에 집착하며 각종 우스꽝스러운 아이템을 당당하게 들고 다니던 슈팅 가드의 이야기 등을 듣고 있으면 자신이 아카시의 중학교 선배였던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테이코 출신이었으면 좋았을 걸, 세이쨩이랑 함께 지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 말하면 아카시는 늘「정말 그랬으면 즐거웠겠네」라 말하며 웃어주었기에 미부치는 아카시의 그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어떠한 감정을 전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무척 즐기고 있었다.
세이쨩, 요즘 은근히 귀여워 보이지 않아?
세이쨩이 밝아진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세이쨩, 정말 좋아, 세이쨩!
미부치가 얼굴을 붉히며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하는 것을 다른 농구부원들은 늘 하곤 하는 애정 표현이려니 하고 듣고 있었지만, 미부치 본인은 처음 아카시를 보았을 때보다 점점 더 아카시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감정이 커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반했고 1년 내내 쭉 좋아해 왔지만 그 감정을 사랑의 말로 바꾸어 전해야겠다거나 자신을 좋아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해야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간 아카시에게 그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기에, 최근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아카시에게 미부치가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전할 생각을 하게끔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언젠가,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백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미부치에게 한 줄기 햇살이 비쳐 온 것은 아카시의 어떠한 부탁이었다.
“레오, 혹시 이번 주 일요일에 같이 쇼핑 가 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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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여기서 뭐 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미부치의 몸 위로 그림자가 졌다. 미부치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의 이름을 제 입에 담았다.
Q. 모종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미부치 레오.
그런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준 사람은?
1. 하야마 코타로
2. 네부야 에이키치
3. 마유즈미 치히로
1. 하야마 코타로 ☜
그 때였다.
“여기서 뭐 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미부치의 몸 위로 그림자가 졌다. 미부치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의 이름을 제 입에 담았다.
“코타로……?”
농구공을 옆구리에 낀 채 미부치에게 말을 건 하야마는 미부치가 고개를 든 순간 씩 웃어 보였다. 레오 누나,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연습해야지! 여느 때의 활발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 세상이 무너지기 직전이거든? 아니, 이미 무너졌거든, 코타로? 그러니까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둘래? -하는, 평소에 자주 하는 불만의 말을 하지 못한 것은 미부치가 그만큼 지쳐 있다는 반증과도 가까웠다.
“뭐야, 뭐야, 레오 누나, 왠지 피곤해 보인다?”
그렇게 말하며 하야마는 미부치의 옆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방금 전까지 연습하러 가자고 해 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이니? 말로는 하지 않았을 뿐 혼자 있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기에 미부치가 어김없이 눈을 흘겼지만 하야마는 끄떡없었다. 애초에 눈치가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운 성정의 소유자다. 눈빛을 아무리 보내 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레오 누나, 요즘 엄- 청 들떠 있었는데. 드디어 피로가 몰려왔어?”
그 들떴던 일 때문에 지금 지옥에 떨어지기 직전이거든, 나? 게다가 드디어 피로가 몰려왔다니, 그건 뭐야? 마치 내가 피곤해하는 걸 바라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잖아. 입술을 삐죽이며 미부치는 지나치게 가까이 앉은 하야마에게서 한 뼘 정도 떨어져 앉았다. 이 상황에서 하야마에게, 실은 아카시에게 사귀는 사람이 있었으며 어제 그 사실을 들은 자신이 고백도 해보지 못한 채 실연당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또래 소년들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활발한 면이 있어 동급생이라기보다는 도리어 후배처럼 느껴지는 하야마 코타로는 미부치 레오에게 상담할 만한 상대는 되지 못했다. 아, 귀찮아라. 세이쨩이 걱정할 것 같아서 보건실엔 가지 않았는데 그냥 갈 걸 그랬나. 그런 생각과 함께 미부치는 팔에 다시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몰라. 머리가 쾅쾅 울려서 그래.”
“정말? 그거 큰일이잖아! 아카시나 감독님께 말해서 보건실 가지?”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아.”
“하지만 레오 누나, 안색이 엄청 안 좋은걸.”
열이라도 있는 거 아닐까? 하며, 하야마는 미부치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방금 전까지 농구공을 만지고 있어서인지 땀에 젖은 뜨거운 손에서는 농구공에 칠하는 스포츠 오일 냄새가 났다. 지독한 냄새. 미부치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일그러진 미간은 하야마의 손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됐으니까 난 내버려 두고 어서 가서 연습이나 해.”
“나도 잠시 쉴래. 연습 전에 운동장 열 바퀴 돌았더니 힘든걸.”
그러고 보니, 오늘 하야마는 유난히 연습 시간에 늦게 나타났다. 홈룸이 늦게까지 진행되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아카시는 그런 말을 듣고도 호락호락 넘길 정도로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조용히 밖을 가리키며 열 바퀴, 라고 선언한 아카시의 말에 따라 하야마는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고 나서야 기초 연습에 참여했다.
“누가 연습 시간에 지각하랬니? 왜 그렇게 설렁설렁 하나 몰라.”
“설렁설렁이라니, 난 그렇게 나쁜 선수는 아니야. 게다가 담임이 오늘따라 시끄러웠단 말야. 아, 평소에도 잔소리가 많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 빠져나오려고 엄청 노력했다구!「선생님, 저 농구부 연습 가야 되는데요! 선생님보다 아카시가 더 무섭단 말이에요!」라고 손들고 말했는데, 그랬다가 이마에 꿀밤 맞았어. 아파- 레오 누나, 호 해줘, 호.”
“미쳤니? 내가 그걸 왜 해 줘?”
2. 네부야 에이키치 ☜
그 때였다.
“여기서 뭐 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미부치의 몸 위로 그림자가 졌다. 미부치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의 이름을 제 입에 담았다.
“에이키치…….”
무겁고 덤덤한 목소리로 상대가 네부야 에이키치임을 바로 알아차리고, 미부치는 슬쩍 몸을 움츠렸다. 네부야 에이키치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지금 상황에서 미부치가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왜 하필 이런 기분일 때 네가 내 앞에 나타나는 거야. 기왕에 끼어들 거였으면 코타로나, 감독님이나, 놀러 온 마유즈미 선배였으면 좋았잖아. 그러나 그 기분을 입 밖으로 옮기기에 네부야는 너무도‘위험한’상대였기에 미부치는 움츠린 몸을 슬쩍 네부야에게서 피했다. 그럼에도 체구가 큰 네부야가 미부치의 옆에 앉았을 때는 애써 벌린 간격이 아무 쓸모없게 되었다. 팔에 와 닿은 네부야의 단단한 팔뚝에 미부치는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긴 앉아 있을 수 없어. 갈래! 그러나 미부치의 몸은 그 생각대로는 되지 않았다. 쭉 앉아 있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머리가 핑 돌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네부야 쪽으로 휘청인 순간 미부치는 어제 자신이 아카시와의 식사 자리를 거절하고 집에 돌아온 뒤로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자각했다. 아, 안 되는데- 제 품으로 쓰러진 미부치를 네부야가 가볍게 받아 안았다. 제 팔을 움켜쥐는 강한 팔 힘에 미부치가 다시 얼굴을 붉히고서 몸을 떼기도 전에, 네부야는 미부치를 안아든 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또 아무 것도 안 먹고 멍 때리고 있었구만.”
“뭐, 뭐 하는 거……!”
“어이, 아카시!”
네부야의 입에서 아카시의 이름이 불린 순간 미부치는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예고 없이 들려온 아카시의 이름 때문이기도 했고, 네부야의 손에 안겨 있는 모습을 아카시에게 보이고 말았다는 데서 오는 당혹감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부야는 그런 미부치의 심정 따윈 어찌되든 좋다는 듯, 걱정스런 눈으로 다가오는 아카시에게 말했다.
“이 녀석 보건실로 데려간다.”
“아, 그래…… 레오, 괜찮아?”
안 돼. 세이쨩을 걱정시키면 안 되는데- 무리야. 얼굴을 들 수가 없어.
미부치는 아카시의 걱정스런 시선을 피해 네부야의 어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당연히 네부야의 말에 설득력이 생겼다.
“보다시피 이런 상태다. 좀 눕혀야겠는데.”
“알았어. 감독님께는 내가 잘 말해 둘 테니까. 레오, 푹 쉬어. 미안.”
세이쨩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미안해하면 안 되는데. 그러나 미부치는 아카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런 미부치의 상태가 역시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아카시는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다시 연습하는 부원들 사이에 섞였고 네부야는 미부치를 안아든 채 그대로 체육관을 나섰다. 얼굴로 쏟아지는 저녁 햇살에 미부치는 황급히 네부야의 품 안에서 몸부림 쳤다.
“바보, 내려줘! 알아서 걸어갈 수 있어!”
“거 참 말 많네. 비틀거리다 쓰러진 놈이 말은 잘 한다.”
“시, 시끄러워! 그건 갑자기 일어나서 그랬던 거야!”
“시끄러운 게 어느 쪽이냐. 입 다물어라. 혀 깨물라.”
난 불편하단 말이야, 이 근육 고릴라야! 당장이라도 네부야의 뺨을 손으로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미부치의 어깨나 다리를 세게 붙잡은 네부야의 손은 그 힘을 줄이기는커녕 점점 키워가기만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체육관으로 돌아가기는 글렀다. 어차피 돌아가 봐야 아카시의 걱정만 쏟아질 테니, 차라리 보건실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왜 하필이면 날 보건실에 옮겨주는 게 너냔 말이야. 남의 심정 따위는 요만큼도 모르는 이 근육 고릴라가!
3. 마유즈미 치히로 ☜
그 때였다.
“여기서 뭐 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미부치의 몸 위로 그림자가 졌다. 미부치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의 이름을 제 입에 담았다.
“마유즈미 선배?”
선배가 여긴 웬일이에요? 라고 물을 뻔하다, 미부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연습을 보러 간만에 들렀다고 했던가. 1군에 처음 합류했을 때와는 천치 차이인 적극적인 태도가 왠지 낯설다.
자기가 먼저 말을 걸어 놓고도 마유즈미 치히로는 미부치에게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눈이 왕방울만한 여자아이가 커다란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있는 표지의 소설이 들려 있었다. 저런 걸 사람 앞에서 대놓고 읽고 다닌다는 점에서 이 선배는 굉장하다니까. 그 충격 때문인지, 미부치는 방금 전까지 빠져 있었던 충격을 잠시나마 잊어버렸다. 언제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 선배였는데, 마유즈미를 볼 때마다 그 생각이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선다. 대체 뭐야, 이 선배는? 불만스레 눈을 굴리며 미부치는 마유즈미를 쳐다보았다. 애초에 연습을 보러 왔으면 연습이나 볼 것이지, 왜 소설에 집중하고 있대? 덧붙여 표지의 여자애, 인체적으로 저런 구도가 성립하긴 하는 거야?
“H씨의 인체가 괴기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까 신경 꺼. 나도 이 삽화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삽화가 좀 바꿀 수 없나.”
엣, 내가 방금 소리 내서 뭔가 말을 했던가? 저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막은 미부치를 마유즈미가 책 너머로 흘깃 쳐다보았다.
“독심술 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아니, 지금 건 충분히 독심술로 느껴지는데요…….”
“괜찮은 츳코미로군. 인정해 주지.”
아니, 대체 뭘요? 어안이 벙벙해진 미부치의 옆에 마유즈미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펼쳐든 페이지에는 표지의, 이상한 포즈를 하고 있던 여자아이가 양 팔 가득 기관총을 들고 총을 쏘아대는 내용의 삽화가 실려 있었다. 저기, 언제나 생각했던 건데요, 저런 게 가능해요? 인간이? 아니, 그 앤 인간이 아닐지도? 미부치는 생각했다. 자신이 저런 소설을 읽지는 않지만, 마유즈미와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팀메이트로 지내면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저런 소설에는 인외(人外)의 존재가 여럿 등장한다 했던 것 같으니까.
“아, 참고로 말하자면 레이쨩은 인간이야.”
“……선배, 정말 독심술 하는 거 아니죠?!”
“글쎄. 사실은 할 줄 아는지도 모르지.”
예를 들어. 마유즈미는 중얼거리고, 책을 탁 소리 나게 덮었다. 와, 저렇게 책 덮는 사람 처음 봐……. 미부치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마유즈미의 손이 천천히 연습하고 있던 부원들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을 따라 자연스레 시선을 옮기던 미부치는 손가락 끝에 있는 존재- 아카시 세이쥬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주장님과, 지금 혼자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후배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도는 읽어낼 수 있으니까.”
수량조사는 솔직히 말해 출력소 마감 얼마 안남았는데 받는 의미 있나 싶지만 2월 12일 오후 3시까지 받습니다!
본 포스팅에 댓글로 구매 권수 정도만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말만 수량조사지 실질적인 구두예약입니다. 정말 딱 수량조사 분량+제책 이케 뽑아갈겁니다...
사약... 여러분 사약이잖아요... 수량조사... 해주셨으면 꼭... 가져가주셔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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